대사증후군과 고혈압
고혈압 환자의 상당수는 고혈압 이외에도 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당 등의 대사이상을 동반하고 있으며,
무증상인 심뇌혈관질환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당, 혈압 상
승이 군집하여 존재하는 상태로서, 많이 이용되는 진단 기준은 다음의 5개 구성 요소 중 3개 이상이 있는 경우이다.
1) 복부비만, 2) 공복혈당 ≥100 mg/dL (당뇨병 포함), 3) 중성지방 ≥150 mg/dL, 4) HDL-콜레스테롤 <40 mg/dL (남성), <50 mg/dL (여성), 5) 혈압 ≥130/85 mmHg. 복부비만은 허리둘레로 판정한다.
허리둘레의 국내 기준은 아직 통일되어 있지 않아 아시아-태평양 인구의 기준 수치인 남성 ≥90 cm, 여성 ≥80 cm, 또는 한국인의 특이 수치로서 남성 ≥90 cm, 여성 ≥85 cm의 기준이 보통 사용된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국내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은 30세 이상 성인에서 증가하여 30.5%에 달한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에서의 유병률은 이보다 약 2배 더 많다. 서구에서의 보고에 의하면 대사증후군
환자에서는 대사증후군이 아닌 경우에 비하여 심뇌혈관 사건 및 사망률이 약 1.5~2배, 당뇨병 발생은 약
5배 높다. 아시아인에서 대사증후군에 의한 당뇨병 발생의 위험도는 서구인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3~4배이다. 대사증후군에서 당뇨병 발생의 가장 강력한 예측인자는 고혈당이다. 그러나 고혈당이 없더라도
당뇨병 발생의 상대위험도는 약 2.4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고혈압은 당뇨병 발생의 위험인자이
며 고혈압이 없는 경우에 비해 약 2배의 위험도를 가진다.
대사증후군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치료의 목표는 혈압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최종 목표인 심뇌혈관질환 발생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며, 특히 당뇨병 발생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비약물치료로서 생활요법, 특히 체중 감량과 규칙적인 운동은 모든 환자에게 권고한다. 생활요법은 인슐린 감수성을 향상시켜 혈압을 낮추고 대사이상을 개선하며 당뇨병 발생을 지연시킨다.
고혈압 환자는 생활요법과 함께 약물치료를 시작하나, 주의혈압 및 고혈압전단계 환자에서는 약물치료의 심뇌혈관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부족하여 적극적인 생활요법을 실시한다. 고혈압약을 선택
할 때는 강압 효과뿐 아니라 대사이상과 인슐린 감수성에 유리하거나 적어도 해로운 영향이 없는 약을 선택한다. 이러한 이유로 ACE억제제/안지오텐신차단제나 칼슘차단제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베타차단제 중 atenolol 등 구세대 베타차단제는 당뇨병 발생을 증가시키고 혈청 지질에 불리한 영향이 있으므로 단독으로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주의하여야 한다. 그러나 혈관확장 효과가 있는 베타차단제는 혈당, 혈청 지질에 해로운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ACE억제제/안지오텐신차단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하거나 이들 약과의 병용요법에 사용할 수 있다. ACE억제제/안지오텐신차단제와 베타차단제의 병용요법은 ACE억제제/안지오텐신차단제와 칼슘차단제의 병용요법에 비하여 혈압 강하 효과가 열등함을 고려해야 한다. 티아지드계/티아지드 유사 이뇨제는 단독 또는 고용량으로 사용하는 것을 피하고, 저용량 병용요법으로 사용하도록 한다. 고용량 이뇨제는 저칼륨혈증으로 당뇨병 발생을 증가시키고 혈청 지질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 이뇨제를 병용요법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구세대 베타차단제와의 병용은 피하고 칼륨 보존 고혈압약과의 병용요법을 고려하며, 특히 혈당, 지질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ACE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차단제와의 병용요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